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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핀아입니다. 난해하지만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는 감성인 ‘B급 감성’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할리우드의 ‘B급 영화’에서 처음 사용된 ‘B급’이라는 표현은 A급에 못 미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A급보다 어설프고 부자연스러운 이 B급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이 감성을 마케팅에 적용해 일명 ‘키치 마케팅’ 또는 ‘B급 마케팅’이라 불리며 소비자의 호의적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 많은 기업에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키치 마케팅(B급 마케팅)’이란 기존 마케팅 요소와 달리 촌스러움, 어설픔, 가벼움, 재미 등의 B급 문화 요소를 결합하여 오락성이 가미된 마케팅 기법을 의미합니다. 직관과 이미지를 중시하는 감성을 자극하여 좀 더 쉽고 직접적으로 소비자를 사로잡는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 마케팅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소비자 트렌드 변화로 주목받는 ‘B급 감성’

최근 자신이 지향하고 있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 성향인 가치 소비가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으며 B급 언어와 행동양식이 우리 사회에 새로운 감성 문화로 정착해가고 있습니다. ‘B급 문화(감성)’은 기존 질서를 벗어나 독특하고, 촌스럽지만 재미를 담은 콘텐츠입니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와 과거 ‘비주류 문화’로 불리던 ‘B급 문화(감성)’가 주류로 자리 잡게 된 배경에는 MZ세대가 있습니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신조어로 국내 인구의 33.7%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들은 어릴 적부터 디지털 환경에 노출됐기 때문에 신기술에 민감할 뿐만 아니라 소비 활동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특히 SNS 활용이 뛰어나고 개인적이며 독립적입니다. 그 외에도 경험 중시, 미닝아웃(자신의 정치적, 사회적 신념을 소비로 표현), 인플루언서, 횰로(다른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거주공간에 마음껏 투영하는 것) 등의 특징을 보면 자신의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트렌드에 민감하며 상황에 따라서는 과감하게 투자한다는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복잡하고 무거운 것을 거부하며 트렌드에 민감한 이들에게 B급 감성이 취향을 저격한 것입니다. SNS, 유튜브 발달로 소비와 창작이 쉬운 콘텐츠를 통해 ‘B급 세대’라는 감성을 공유하며 공감을 이끌기 시작하면서 이 감성을 이용한 키치 마케팅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사용자끼리 SNS 상에서 공유와 좋아요 등 참여를 유도하면서 새로운 놀이 문화를 만든 것입니다.


 2020년부터 MZ세대의 구매력이 모든 세대의 구매력을 앞설 만큼 더욱 영향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밀레니얼 세대는 국내 인구의 약 22%를 차지하는데 절반 이상(55.2%)이 1인 가구이며 월평균 소득 278만 원으로 높은 구매력을 자랑합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이 마케팅의 대상을 MZ세대로 집중하게 된 것입니다.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트렌드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왼쪽 사진을 살펴보면,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서 제시한 2021년 MZ세대 대표 트렌드 키워드로 인플루언서블 세대, 일상력 챌린저, 컨셉친, 세컨슈머, 선한 오지랖을 소개하였습니다. 이 키워드를 종합해보면, 그들은 때로는 개척하길 원하고 소통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키치 마케팅은 그들에게 색다른 재미로 다가와 앞으로도 하나의 소통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2. ‘A’보다 ‘B’급 감성의 ‘키치 마케팅’

키치(Kitsch)는 "값싸게 만들다"라는 뜻을 가진 독일어 동사 verkitschen의 어원으로 ‘저속품’, ‘유치한 예술작품’을 일컬을 때 쓰던 속어입니다. 1860년대에서 1870년대 사이에 뮌헨의 화가와 화상의 속어로 사용되었으나, 이후 1910년대에 이르러 느슨하고 널리 유통되는 호칭이자 국제적인 용어로 사용되었습니다. 이런 의미의 단어를 붙인 ‘키치 마케팅’은 ‘B급 감성 마케팅’, ‘B급 마케팅’이라고도 불리며 유치한 이미지나 촌스러움 등을 강조하여 타사와의 차별화를 두는 전략이 되었습니다. 과거 저예산, 고효율을 위한 B급은 고의적으로 B급 정서를 표방하는 추세로 변화한 것입니다. 키치 마케팅을 구분 짓는 요소와 특징이 점차 확대되고 있어 그 경계가 모호해지는 추세입니다. 이 마케팅은 크게 패러디, 황당한 스토리, 의도적 부조화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패러디는 널리 알려진 작품의 특징적인 부분을 모방하는 것이고, 황당한 스토리는 과장되고 코믹한 내용 전개를 말하며, 의도적 부조화는 이질적인 요소들을 의도적으로 조합하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키치 마케팅은 의도적으로 이질적인 연출을 하거나 대중들에게 인지도 높은 주제를 패러디하여 황당한 스토리를 전달하고 콘텐츠 반응과 공감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주로 단편적인 이미지, 15초 이내의 짧은 동영상과 같이 시각적이며 가벼운 말장난 개그 같은 언어유희를 사용합니다. 키치 마케팅 영역은 식음료, 가전, 화장품, 금융 상품 등에 이르기까지 계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는 광고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굿즈 제작, 콘텐츠 등에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B급 감성을 겨냥하되, 일정한 선을 넘지 않으면서 수평적 사고와 탈권위주의를 지향하고 쌍방향 소통을 하는 게 공통적입니다. B급이라 하면 말 그대로 A급에 못 미치는 마케팅이라고 볼 수 있지만 감히 생각지도 못한 특이한 마케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상품 중심의 광고에서 기발한 콘텐츠로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많은 기업이 새로운 전략으로 ‘키치 마케팅’을 선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 번째, 키치 마케팅은 기업 및 브랜드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SNS에 B급 콘텐츠를 공유함으로써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고 화제가 되는 콘텐츠는 다수에게 확산되기도 합니다. 크게 주의력과 집중도를 필요로 하지 않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짧은 시간 동안 소비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게 됩니다.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것은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첫 단계입니다.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고 B급 코드가 주는 즐거움으로 소비자가 쇼핑에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인지도 상승에 도움이 됩니다. 아무리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소비자가 알 수 없다면 무용지물입니다. 과도하게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대부분 사람들은 스크롤을 빠르게 내려 관심 없는 게시물을 넘겨버립니다. 이에 기업은 눈에 띄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B급 감성을 사용하여 그간 다른 B급 콘텐츠에 흥미를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흥미가 쌓여 기업 및 브랜드를 바로 떠올릴 수 있게끔 기억되고 결과적으로 구매 욕구를 자극해 매출 증가까지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충주시에서 김선태 주무관님이 제작한 콘텐츠가 인터넷에서 화제된 사례를 보면 정보 전달에 치중하지 않아도 인지도를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소비자의 자발적 공유는 바이럴 마케팅 효과를 줍니다. 바이럴 마케팅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거미줄처럼 네트워크되어 있는 소비자들에게 바이러스처럼 빠르게 확산되는 새로운 마케팅 현상을 말합니다. SNS에서의 평가는 좋아요, 조회 수 등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양적인 부분이 중요합니다. 다소 질적인 부분이 부족하더라도 그 콘텐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뭉쳐 큰 힘을 만들어 홍보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적은 비용으로 큰 광고 효과를 창출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네 번째, 동영상 광고의 꾸준한 성장과 모바일 비중의 확대로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광고 시장의 규모가 더욱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0년 3월 발표한 한국온라인광고협회(KOA)의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광고 시장이 2019년은 전년대비 21% 성장했으며 2020년에는 빅데이터, AI 등의 기술 발전으로 더 크게 성장할 것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사태로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지 않는 비대면 형태로 진행하는 마케팅이 주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짧고 강렬한 메시지를 SNS 상에서 공유하는 키치 마케팅은 온라인 광고를 하기에 적합합니다.


 이렇듯 기업은 소비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키치 마케팅을 활용하여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고 소비자에게 더욱 다가가고 있습니다.

 

 

3. 키치 마케팅의 사례

①배달의민족

: ‘배달의민족’은 특유의 유머와 B급 감성이 담긴 마케팅으로 주목받은 대표적인 배달 앱입니다. 배달의민족에서는 배달음식이라는 우리나라 특유의 문화를 다듬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행복한 시간이라고 정의하였습니다. 배달음식을 주로 시키는 20~30대를 타깃으로 하여 그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과감하게 마케팅에 B급 감성을 더했습니다. 배우 류승용이 온갖 영화를 코믹하게 패러디하며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를 묻는 TV 광고부터 “경희야, 넌 먹을 때가 제일 이뻐”와 같은 문구를 내세운 옥외 광고 등은 브랜드를 친숙하게 만드는 주요한 접점으로 작용했습니다. 이후 광고뿐만 아니라 ‘이런 십육기가’ USB, ‘다 때가 있다’ 때수건, ‘내 땅’ 돗자리, ‘깨우면 안대’ 안대 등의 브랜드 제품을 개발하여 팬들과 함께 ‘배민문방구’라는 또 다른 스토어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배달의민족 마케팅의 핵심은 ‘배민 다운 것’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소비자에게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할 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 ‘배민 떡볶이 마스터즈’와 같은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최근 개최된 제2회 배민 떡볶이 마스터즈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 맞춰 비대면으로 진행하여 참가자들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렇듯 독특한 마케팅을 통해 배달 앱의 선두자였던 타 업체와는 다른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했습니다. 배달의민족은 ‘배짱이(배달의 민족을 짱 좋아하는 이들의 모임)’라는 두터운 팬층을 얻게 되고 누적 설치 수 4,500만을 넘기며 8여 년 만에 3,000억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배달업계 1위 앱이 되었습니다.


②농심켈로그 ‘첵스 파맛’

: 2020년 7월 농심켈로그가 신제품인 ‘첵스 파맛’을 한정적으로 출시하면서 엄청난 화제가 되었습니다. 상상도 못 해본 맛이어서 사람들이 궁금해했고, 많은 유튜버들이 먹으면서 더 유명해졌습니다. 이런 예상외의 신제품이 나오게 된 이유에는 역시 재밌는 사연이 있었습니다. 2004년 농심켈로그가 진행한 신제품 출시 투표 관련 온라인 이벤트인 ‘첵스 초코나라 대통령선거’에서 후보자로 밀크 초코 맛 ‘체키’와 파맛 ‘차카’ 캐릭터를 앞세워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당연히 체키가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소비자들은 의외로 차카에게 투표해 차카의 당선이 유력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농심켈로그가 여러 사유로 체키의 당선으로 결정해 당시 부정선거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 후 16년 뒤인 2020년에 첵스 파맛을 출시하자 소비자들이 민주주의가 승리했다며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제품 출시와 함께 공개된 광고에서 가수 태진아가 “미안~ 미안해~ 너무 늦게 파 맛 출시해서 미안해~”라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과거 사건과 연결되는 듯해 16년전 의혹에 대한 사과라 불리며 소비자의 참여로 입소문과 밈을 만들어졌습니다. 해당 광고 영상은 285만 회 조회 수를 기록하고 다소 부정적인 맛 평가에 상관없이 첵스 파맛을 완판하며 시리얼 전체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습니다. 무심코 넘어갈 수 있었던 과거 사건을 다시 재조명하여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고 재미있게 소통함으로써 마케팅이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으며 구글이 주최하는 ‘2020 유튜브 웍스 어워드’에서 ‘베스트 유튜브 신규 브랜드 론칭’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③빙그레의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 빙그레는 창업 53주년을 맞은 식품 회사로서 중년 기업 이미지를 벗어나 젊고, 발랄한 이미지로 다가가기 위해 올해 2월 '빙그레 왕국'의 왕위 계승자라는 콘셉트의 만화 캐릭터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를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했습니다. 바나나맛 우유 왕관을 쓰고 꽃게랑과 메로나 봉을 든 빙그레우스라는 순정만화 캐릭터에 오글거리는 대사까지 더해져 일명 ‘도른자(돌은 자) 마케팅’이라고까지 불리게 되었습니다. 빙그레우스는 삭막한 세상 속에서 웃음을 주기 위해 민망함도 감수하며 웃음에 도전하는 사람을 뜻하는 '빙그레 메이커’를 지향한다고 합니다. 현재 빙그레 공식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4만 9,000명까지 늘어나 다른 경쟁업체 인스타그램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8월 24일에는 빙그레의 유튜브 계정인 ‘빙그레 TV’에 ‘빙그레 메이커를 위하여’라는 3분짜리 영상을 올리자 해당 영상이 3주일 만에 639만 뷰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상호작용을 좋아하는 MZ세대의 특성을 고려해 빙그레 계정에서 댓글, 좋아요 등의 반응을 하고 캐릭터를 가꾸며, 같이 놀 수 있는 놀이 공간을 만들고자 이를 기획했다고 합니다. ‘빙그레우스’에 이어 ‘투게더리고리 경’(아이스크림 ‘투게더’), ‘옹떼 메로나 부르장’(아이스크림 ‘메로나’), ‘비비빅(단호박 비비빅) 등으로 빙그레의 인기 제품들을 의인화한 캐릭터를 연속으로 만들어 빙그레 왕국의 스토리를 풍성하고 흥미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또 이 캐릭터들이 빙그레 제품들을 소개하거나 간접광고(PPL) 형식으로 광고까지 해내며 빙그레 모델로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SNS를 통한 인기로 소비자에게 인지도를 높여 기업 이름과 제품 이름이 연결되고, 동반 상승 효과를 누렸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키치 마케팅 사례들은 어떠한가요? 이외에도 동원참치의 광고 속 동원참치송, 팔도의 만우절 이벤트, EBS 크리에이터 펭수를 패러디한 고양시 홍보대사 '괭수' 등과 같이 업종을 구분하지 않고 수많은 콘텐츠 및 기업이 기존 방식에서 변화를 주거나 아예 색다른 방법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망가지거나 격식을 깬 유머 코드를 담은 B급 콘텐츠가 미디어 영역을 넘어 마케팅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혹시라도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어떤 사람이 봐도 불편하지 않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입니다.